갑상선 수질암의 특징과 치료: 알아두어야 할 필수 정보
갑상선암 하면 보통 '유두암'을 떠올리시죠? 전체 갑상선암의 80-90%를 차지하는 유두암은 워낙 흔해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덜 알려진 갑상선 수질암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다른 갑상선암과는 어떻게 다른지, 어떤 특징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갑상선 수질암, 특별한 이유
갑상선 수질암은 전체 갑상선암의 약 5% 미만을 차지하는 드문 암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발생률이 더 낮아 약 1% 정도라고 합니다. 다른 갑상선암과 가장 큰 차이점은 세포의 기원입니다. 일반적인 갑상선암(유두암, 여포암)은 갑상선의 여포세포에서 발생하지만, 수질암은 '부여포 C-세포'라는 특별한 세포에서 발생합니다.
C-세포는 갑상선 호르몬이 아닌 칼시토닌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세포입니다. 이 칼시토닌은 수질암 진단과 추적 관찰에 중요한 표지자로 사용됩니다. 또한 수질암 환자의 약 30%는 유전적 요인이 관련되어 있어, 가족력 확인과 유전자 검사가 필수적입니다.

수질암의 발생: 산발형과 유전형
갑상선 수질암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납니다:
1. 산발형 수질암 (75-80%)
- 가족력 없이 발생하는 경우로 수질암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 주로 50-60대에 발병하며, 여성과 남성 비율은 비슷합니다
- 대개 한쪽 갑상선에만 단일 결절로 발생합니다
- C-세포 증식 단계 없이 바로 암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진단 시 이미 약 60-75%에서 경부 림프절 전이가 있고, 40% 정도에서 종격동 림프절 전이가 있습니다
- 종양 크기가 매우 작아도 림프절 전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약 15% 정도에서 혈류를 따라 원격 전이를 하며, 폐 전이가 가장 흔하고 간, 뼈, 뇌, 부신 등으로도 전이됩니다
- 갑상선 내에 국한된 경우 예후가 비교적 좋지만, 전이가 있는 경우 예후가 나빠집니다
2. 유전형 수질암 (20-25%)
-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며, 염색체 10q11.2에 위치하는 RET 전암유전자의 germline 돌연변이가 원인입니다
- 산발형보다 젊은 나이에 발병하며, 가족력이 있습니다
- 양쪽 갑상선을 침범하는 경우가 많으며, 특징적으로 여러 군데의 C-세포 과증식을 보입니다
- C-세포 과증식은 수질암의 전구병변으로 주로 갑상선의 상극(upper pole)에서 발생합니다
-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2 - a. 다발성 내분비종양 증후군 2A형 (Multiple Endocrine Neoplasm, MEN 2A)
- MEN 2A(Sipple 증후군)는 유전형의 90%를 차지합니다
- 주로 20-30대에 발병합니다
- 갑상선 수질암 외에 부갑상선 기능항진증(약 15%), 크롬친화세포종(약 50%)을 동반합니다
- 양측성 갑상선 병변이 흔합니다
- Cushing 증후군, 당뇨병, carcinoid 증후군 등을 병발하기도 합니다
2- b. 다발성 내분비종양 증후군 2B형 (Multiple Endocrine Neoplasm, MEN 2B)
- MEN 2B형은 유전형의 5%를 차지하며, 가장 공격적인 양상을 보입니다
- 10-20대의 젊은 나이에 발병합니다
- 갑상선 수질암과 함께 크롬친화세포종(약 50%)을 동반합니다
- 부갑상선 질환은 드물게 나타납니다
- 비정상적인 표현형을 보이며:
- Marfanoid 체형(키가 크고 팔다리가 긴 체형)이 90%에서 나타납니다
- 다발성 점막 혹은 장 내 신경절종이 특징적입니다
- 말초신경병증, 안구건조증, 구강건조증, 치아이상 등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 진단 당시 이미 림프절 전이가 약 80%에서, 원격 전이가 약 20%에서 발견됩니다
- 예후가 가장 나쁩니다
2- c. 가족성 수질암 (Familial Medullary Thyroid Carcinoma, FMTC)
- 다른 내분비 이상 없이 수질암만 나타나는 형태입니다
- 40대 이상에서 주로 발생하며, 천천히 자라는 갑상선 종괴를 주소로 내원합니다
-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됩니다
- 수질암 중에서 예후가 가장 좋은 편입니다
유전형 수질암은 RET 유전자의 돌연변이 위치에 따라 임상적 표현형과 공격성이 달라집니다. 코돈 918, 883의 돌연변이는 MEN 2B와 연관되고, 코돈 634는 MEN 2A의 가장 흔한 변이입니다. 따라서 유전자 검사 결과에 따라 예방적 수술 시기와 범위가 결정됩니다.

수질암, 어떤 증상이 나타날까요?
대부분의 환자는 무통성의 갑상선 종괴나 경부 종괴를 주 증상으로 병원을 찾습니다. 진단 당시 약 절반의 환자에서 이미 경부 림프절 전이가 있는데, 이는 수질암이 조기에 림프절 전이를 잘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증상으로는:
- 목의 통증이나 압박감
- 연하곤란(삼키기 어려움)
- 애성(목소리 변화)
- 간혹 설사나 안면 홍조 (약 10%의 환자)
또한 부갑상선 기능항진증을 동반한 MEN 환자에서는 고칼슘혈증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크롬친화세포종을 동반한 경우 고혈압 발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참고하세요: 설사가 나타나는 원인은 종양에서 분비되는 칼시토닌이 장에서의 통과 시간을 빠르게 하기 때문입니다. 원인 모를 설사가 있다면 갑상선도 체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떻게 진단하나요?
수질암 진단에는 다음과 같은 검사들이 이용됩니다:
1. 세침흡인세포검사
갑상선 결절에 가는 바늘을 삽입해 세포를 채취하는 검사입니다. 수질암 세포는 특징적인 모양을 가지고 있어 숙련된 병리의사가 확인할 수 있습니다.


2. 혈청 칼시토닌 검사
모든 수질암 의심 환자에서 수술 전에 반드시 측정해야 합니다. 칼시토닌은 수질암의 중요한 종양 표지자로, 진단뿐만 아니라 치료 후 재발 여부를 파악하는 데도 유용합니다.
3. 혈청 CEA(암종배아항원) 검사
칼시토닌과 함께 측정하며, 수질암의 또 다른 종양 표지자입니다.
4. RET 유전자 검사
모든 수질암 환자에게 권장되는 검사입니다. 유전형 수질암 환자의 가족들도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5. 영상 검사
CT, 초음파 등을 통해 종양의 범위와 전이 여부를 확인합니다. 특히 수질암은 림프절 전이가 흔하므로 경부 림프절 상태를 잘 살펴봐야 합니다.
수질암의 치료: 얼마나 빨리, 얼마나 철저히
수질암의 치료는 수술이 가장 중요한 근치 방법입니다. 진단과 동시에 신속하게 수술을 시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수술 전 꼭 확인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수술 전 확인 사항
- 크롬친화세포종 유무 확인: 이 종양이 있는 상태에서 수술하면 수술 중 위험한 혈압 상승이 있을 수 있어 반드시 먼저 확인하고 필요시 치료해야 합니다.
- 부갑상선 기능 확인: MEN 환자의 경우 부갑상선 과기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수술 범위
- 갑상선 전절제술: 모든 갑상선 수질암 환자에게 권고됩니다.
- 중앙 림프절 절제술: 함께 시행해야 합니다. 수질암은 조기에 림프절 전이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 측경부 림프절 절제술: 측경부 전이가 있는 경우 시행합니다. 일부에서는 종양이 크거나 중심경부 전이가 있는 경우 예방적으로 시행하기도 합니다.
수술 후 치료
다른 갑상선암과 달리, 수질암은 방사성 요오드 치료나 갑상선 호르몬 억제요법이 효과가 없습니다. 이는 수질암이 부여포 C-세포에서 기원하기 때문입니다.
잔류 종양이나 절제 불가능한 종양에 대한 방사선 치료나 항암화학요법의 효과는 제한적입니다. 그래서 처음 수술에서 완전히 절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예방적 갑상선 수술: 필수적인 이유
유전형 수질암에서 예방적 갑상선 수술은 단순한 선택이 아닌 필수적 의료 조치입니다. 그 이유는 RET 유전자의 germline 돌연변이를 가진 사람들은 생애 어느 시점에서든 반드시 갑상선 수질 암종이 발생하기 때문에 예방적 갑상선 수술의 대상이 됩니다.
돌연변이 위치에 따른 위험도와 수술 시기:
RET 유전자 돌연변이의 위치에 따라 암 발생 시기와 공격성이 달라지므로, 미국 갑상선학회는 위험도별 예방적 수술 시기를 다음과 같이 권고합니다:
- 최고 위험도(코돈 918, MEN 2B형):
- 가능한 빨리, 1세 이전에 수술 필요
- 이 돌연변이는 가장 공격적이며, 생후 첫 해에도 암이 발생할 수 있음
- 1세 이후에는 이미 림프절 전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음
- 고위험도(코돈 634, 883, MEN 2A/2B):
- 5세 전후 또는 혈청 칼시토닌이 증가할 때 수술
- 이 위치의 돌연변이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암으로 진행됨
- 중등도 위험도(코돈 533, 609, 611, 618, 620 등):
- 혈청 칼시토닌 농도 상승 시 또는 소아기에 수술
- 암 발생 시기가 늦으나, 장기간 추적 관찰이 어려운 경우 조기 수술 고려

RET 유전자 돌연변이가 확인된 사람에게 예방적 갑상선 수술은 단순한 예방이 아닌, 사실상 '치료적' 개입이며 생존율을 향상시키는 필수적 의료 조치입니다.
수질암 환자의 예후는 어떨까요?
예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합니다:
- 연령: 고령일수록 예후 불량
- 병기: 갑상선 내에 국한된 종양은 10년 생존율이 약 90%
- 림프절 전이: 있으면 10년 생존율 70%로 감소
- 원격 전이: 있으면 약 20%로 현저히 감소
- 유형: 산발형이나 MEN 2B형은 예후가 더 나쁜 편 (산발형은 진단 당시의 나이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음)
수술 후 생화학적 완치(칼시토닌 정상화)를 달성한 환자의 10년 생존율은 97.7%로 매우 좋습니다.
수질암 환자를 위한 조언
- 정기적인 추적 검사가 필수입니다: 수술 후 6개월마다 칼시토닌과 CEA를 측정하여 재발 여부를 확인합니다.
- 유전자 검사를 받으세요: 모든 수질암 환자는 RET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유전형으로 확인되면 가족 구성원도 검사가 필요합니다.
- MEN 증후군 관련 검사를 받으세요: 부갑상선 기능과 크롬친화세포종 관련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 수술 전 크롬친화세포종 검사는 필수입니다: 수술 중 위험한 혈압 상승을 예방하기 위함입니다.
- 증상에 주의하세요: 새로운 증상(특히 목의 종괴나 통증, 설사, 홍조 등)이 나타나면 즉시 의사와 상담하세요.
마치며: 희귀하지만 중요한 갑상선 수질암
갑상선 수질암은 비록 전체 갑상선암의 5% 미만을 차지하는 드문 암이지만, 유전적 특성과 조기 림프절 전이라는 특징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가족력이 있는 경우 유전자 검사를 통해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적 치료를 받는 것이 좋은 예후를 위한 핵심입니다.
다른 갑상선암과 달리 방사성 요오드 치료가 효과가 없으므로, 초기에 완전한 수술적 절제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치료 원칙입니다. 그리고 수술 후에도 정기적인 칼시토닌 측정을 통한 추적관찰이 필수적입니다.
갑상선 수질암 진단을 받으셨다면, 암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전문의와 함께 적극적인 치료 계획을 세우시길 바랍니다.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로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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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의료법 56조 57조를 준수하며 정보전달 목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구체적인 증상이나 의문사항이 있으시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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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30 이비인후과 이동원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들, 수술실 의료진 선생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대략 6번 정도였던 모든 진료 과정에서 한 번도 감사하지 않았던 날이 없었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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